폭염 속 그늘길 찾아주는 ‘그늘로’ 앱, 서울대생이 2주 만에 만든 이유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에는 같은 10분 거리라도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 길과 건물·나무 그늘을 따라 걷는 길의 체감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기존 지도 앱은 대부분 거리나 예상 소요시간을 중심으로 경로를 안내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느 길에 그늘이 많은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시간대에 따라 그늘이 많은 보행 경로를 찾아주는 길찾기 앱 ‘그늘로’입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23학번 유민준 씨가 개발한 서비스로, 단순히 현재의 그늘 위치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에 따른 그림자 변화까지 계산해 이동 경로에 반영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개발자가 거창한 사업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여름철 통학과 낯선 동네에서 직접 겪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늘로’ 앱은 어떤 서비스일까?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그늘을 지도에서 보여준다

그늘로의 핵심 기능은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늘이 많은 보행 경로를 안내하는 것입니다.

건물 그림자는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태양의 고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오전과 오후의 그림자 위치와 길이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특정 장소에 그늘이 있다는 사실만 표시해서는 실제 이동에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오전에는 그늘이었던 길이 오후에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늘로는 이러한 시간 변화를 지도에 반영합니다. 출발 시간을 변경하면 지도에 표시되는 그림자와 추천 이동 경로도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단거리와 ‘그늘 많은 길’은 다를 수 있다

가장 짧은 길이 폭염 속에서 가장 걷기 편한 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목적지까지 1㎞를 이동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큰 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그늘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건물 사이의 길을 이용하면 이동 거리는 조금 늘어나더라도 햇볕에 노출되는 구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늘로는 바로 이런 차이를 길찾기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기존의 ‘최단거리 중심 길찾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행자가 실제로 걷기 편한 환경을 경로 선택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늘로 앱은 어떻게 그늘 위치를 계산할까?

건물 높이부터 가로수 정보까지 활용한다

그늘로는 지도 위에 임의로 그림자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간 데이터를 결합해 그늘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구현됐습니다.

개발 과정에는 개방형 지도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스트리트맵을 비롯해 건물의 형상과 높이, 가로수 위치와 수관, 공원 등의 정보가 활용됐습니다. 대중교통 정보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무더위쉼터 관련 정보도 서비스에 접목됐습니다.

여기에 위치와 시각에 따른 태양의 고도와 방향을 계산하면 건물 등의 그림자가 어느 방향으로 형성될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복잡한 계산 과정을 알 필요 없이 지도에서 시간대별 그림자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출발 시간을 바꾸면 추천 경로도 달라질 수 있다

시간 정보가 경로 탐색에 들어간다는 점은 그늘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태양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건물이라도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같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해도 출발 시간을 바꾸면 더 많은 그늘을 이용할 수 있는 길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지도 앱에서 시간은 교통량이나 대중교통 도착 시간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정보였다면, 그늘로에서는 보행자가 햇볕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로도 활용되는 셈입니다.

서울대생이 ‘그늘로’를 개발하게 된 이유

시작은 여름철 통학의 불편이었다

그늘로는 개발자가 여름철 이동 과정에서 직접 느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23학번으로 벤처경영학을 연합전공하고 있는 유민준 씨는 군 생활 이후 복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앱 개발에 나섰습니다.

익숙한 통학로에서는 어느 길에 그늘이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처음 방문하는 동네였습니다. 낯선 지역에서는 어느 길이 상대적으로 시원한지 미리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지도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개발 착수 후 약 2주 만에 처음 배포됐다

그늘로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뒤 최초 배포까지 약 2주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기존 지도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그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실제 경로 탐색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SNS를 통해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몰렸고, 일시적으로 기능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폭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늘을 따라 걷는다’는 직관적인 해결책이 맞물리면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그늘길 지도를 넘어 활용할 수 있는 기능

버스에서는 햇빛을 덜 받는 자리 선택에 활용할 수 있다

그늘과 태양 방향을 계산하는 기술은 도보 길찾기 외의 이동 상황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버스입니다. 여름철 버스를 오래 타다 보면 한쪽 창문으로 계속 햇빛이 들어와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동 방향과 태양의 위치를 함께 고려한다면 어느 쪽 자리에 앉아야 상대적으로 햇빛을 덜 받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그늘 정보는 보행 경로뿐 아니라 이동 과정에서 햇빛 노출을 줄이는 선택 기준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산책과 러닝 코스를 정할 때도 활용 가능하다

그늘이 많은 경로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뿐 아니라 산책이나 러닝처럼 경로 자체가 중요한 활동에도 활용 가치가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같은 공원이나 동네에서도 시간에 따라 햇볕에 노출되는 정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그늘이 형성되는 구간을 확인할 수 있다면 코스를 선택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늘이 있다고 해서 폭염 속 야외 활동이 항상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거나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는 그늘 여부와 별개로 장시간 야외 활동 자체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폭염 시대에 ‘그늘길’이 주목받는 이유

보행에서는 거리만큼 환경도 중요하다

보행자에게 좋은 경로는 반드시 가장 짧은 경로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기존 길찾기에서는 거리와 시간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이 걷는 환경을 생각하면 경사도, 계단, 횡단보도, 그늘, 휴식 공간처럼 다양한 요소가 이동 편의성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폭염이 심한 날에는 2~3분을 절약하는 최단거리보다 햇볕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경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늘로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도 서비스의 질문을 ‘어떻게 가장 빨리 갈 것인가’에서 ‘어떻게 더 편하게 이동할 것인가’로 넓혔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보행환경을 살펴보는 데이터로도 확장될 수 있다

그늘길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된다면 도시별 그늘 접근성과 보행환경을 살펴보는 용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건물이나 가로수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충분한 반면, 넓은 도로와 광장이 많은 지역은 보행자가 장시간 햇볕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지도 위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개인의 길찾기를 넘어 가로수, 쉼터, 보행공간 등 도시환경을 검토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개발자 역시 장기적으로 도시의 그늘 접근성과 보행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늘로가 보여준 길찾기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

앞으로는 ‘나에게 편한 길’이 중요해질 수 있다

그늘로가 보여주는 변화는 길찾기의 기준을 사용자 상황에 맞게 세분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5분 빠른 길이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계단이 없는 길이나 그늘이 많은 길이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유아차를 이용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면 경사도가 낮은 길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길찾기는 하나의 최적 경로를 제시하기보다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늘로는 폭염이라는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개인의 상황에 맞는 이동 경로’라는 더 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우선이다

그늘길 안내는 햇볕 노출을 줄이는 데 참고할 수 있지만 폭염에 따른 건강 위험 자체를 없애주는 기능은 아닙니다.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가능하면 장시간 야외 이동을 피하고, 외출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수분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이동을 계속하기보다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한낮의 높은 기온에서는 ‘그늘이 있는 길이니까 괜찮다’고 판단하기보다 기상 상황과 자신의 컨디션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결국 그늘로의 가치는 단순히 신기한 지도 앱이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거리와 시간에 집중했던 길찾기에 그늘과 보행 편의라는 새로운 기준을 추가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폭염이 일상생활의 이동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이용해 일상의 작은 불편을 해결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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